반품 문의합니다, 제품 이름은 빙의

#39 “허어….” 성적표를 우그러뜨렸다. 실소가 절로 터져 나온다. 과연 이게 사람의 점수인가…? 나 말고 웬 빡대가리가 와서 대신 시험 친 거 아니야?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정신 나간 것 같은 점수는 그대로였다. 아하… 이건 꿈이야. 성적표를 우그러뜨리진… 못하고 가방에 고이 넣은 다음 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으아아 세상아, ...

경악에 입을 떡 벌렸다. 이제노가 왜 여기 있어? 후다닥 일어나려다가 발이 미끄러졌다. 그대로 엎어지며 이제노의 가슴에 얼굴을 박았다. 으아… 손을 바닥에 더듬었다. 우산은 저 멀리에 나뒹굴고 있는지 오래였다. 허벅지에 손을 짚었다. 굵은 비가 이제노랑 내 몸을 투둑거리며 때렸다. “아, 미안… 미안해.” 코를 부여잡고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도무지 정신...

#32 ”아… 엥?“ 졸린 눈을 비볐다. 일어나자마자 핸드폰부터 보았다. 화면에 메시지 알림이 한가득 쌓여 있다. 내려도 끝이 안 보이는 알람에 혀를 내둘렀다. 이게 다 뭐야? 언제부터 이랬지. 어제 언제 잤더라…. 방에 들어가자마자 빼빼로랑 핸드폰을 책상에 내팽개치고… 피곤해서 침대에 눕자마자 기절한 것 같다. 옷도 교복 그대로였다. 연락은 전부 미래한테...

엔시티 나페스

동혁과 여주가 어디론가로 같이 사라지자마자 나왔다. 무작정 방에 들어가 가방을 챙겼다. 둘이 어디 가서 뭘 하고 있을지 나랑 무슨 상관이야. 원작 여주, 서브남. 다 개소리다. 머리가 뒤죽박죽 엉망이다. 집에 돌아와서 가방은 내팽개치고 침대에 뛰어들었다. 베개에 냉큼 얼굴을 묻어도 두근대는 가슴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시끄러운 속을 달래고 진지하게 생...

독자분이 만들어주신 소중한 표지입니다♡ #28 “이거 내가 알던 소설 맞니….” 나도 모르게 멍하게 중얼거렸다. 이제노가 미쳐서 허공에 대고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라면, 몰래 연락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 텐데. 그딴 거 소설에 코빼기도 안 나온다고. 최대한으로 머리를 굴려봤다. 이제노가 답장도 해주지 않는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매달릴 확률? 0에 수렴한다. ...

왜 결론이 그렇게 나와. 왜 그런 생각을….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여주 덕에 팔자에도 없는 기억상실증을 얻었다. 여주가 나보고 빙의자냐고 손가락질은 안 하는 정상인이라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더 말이 안 되는 오해를 해서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애초에 늦은 저녁에 우리 집까지 와서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아니…!” 언성을 높이려다 멈췄다. 저...

#24 코를 훌쩍였다. 감기몸살인가? 어쩐지 아침부터 몸이 으슬으슬하게 추웠다. 비를 맞은 값을 톡톡히 치르는 기분이었다. 여름이라고 학교에서 에어컨 바람을 빵빵하게 틀어두었다. 쌀쌀한 공기에 담요를 뒤집어썼다. 머리에도 뭉근히 열이 오르는 것 같다. 학교를 조퇴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진 않았다. 대신 수업에 집중하긴 조금 어려웠다. “엇….” 카톡이 왔다...

딱 한 입만

*본편과 관련 없는 외전입니다. 읽지 않으셔도 감상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결제는 신중하게! 이벤트 기간이 끝나면 멤버십 인원도 볼 수 있게 돌릴 예정입니다. 악역에 빙의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내가 악행을 저질러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조폭이나 마피아 같은 악역에 빙의한 것도 아니고. 남주에 대한 쓸데없는 집착만 버리면 집에서 썩어나가는 돈으로 잘...

#21 요즈음은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아마 성찬이랑 싸운 남자애들이랑 합의가 잘 안되어가는 모양이었다. 정엄마는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데다가, 간혹 들어오면 집안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다. 새아빠는 정엄마의 눈치를 중간에서 보며 정성찬을 감싸느라 바빴다. 그 가운데에 보기 좋게 끼인 게 나였다. 그 덕에 집을 늦은 시간에 밥 먹듯이 들어갔다. 어차...

#17 결국 집 근처에 있는 소형 학원에 다니기로 결정했다. 대형 학원엔 이제노, 김여주, 이동혁, 그리고 정성찬 중 하나가 있을 수도 있잖아. 학교랑 집에서 주야장천 보는 얼굴 학원에서까지 보기 싫었다. 그런데 악역 주제에 걔네한테 다른 학원에 가라고 패악질을 할 순 없잖아. 나는 갱생한 악역이니까 내가 알아서 피해야지…. 소형이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

*비속어 주의 하필 내 뒤 두 자리가 빈자리였다. 담임쌤은 재민한테 우선 빈자리에 가 앉아있으라고 했다. 옆을 스쳐 지나가는 재민에 나도 모르게 어깨를 굽혔다. 원작에 언급 한 줄도 안 된 엑스트라라면 이야기 전개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하찮은 캐릭터일 텐데. 분명 크게 경계 안 해도 되는 캐릭터인데. 내 바로 뒤에 앉은 재민에 쓸데없이 온 신경이 쏠렸다. ...

#11 담임쌤이랑 상담하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멍했다. 옆에서 섭남이 말을 걸어도 대충 어물거리며 넘겨버렸다. 다른 곳에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정준희랑 내 꿈이 겹친 게 우연인가? 수의사 자체는 흔히들 갖는 장래 희망이다. 직업도 확실하고, 동물 좋아하는 애들도 많잖아. 그렇게 특이하진 않다. 그래도 의구심이 시원하게 풀리지 않았다. 정준희의 개인사는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