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BEAR

#66 “읏….” “깼다. 지성아, 약 가져 와.” 옆에서 누가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무거운 눈꺼풀을 애써 들었다. 머리에 무언가가 올려져 있었다. 끙끙거리며 손을 뻗어 만져보니 축축했다. 물수건? “여기가 어디야….” “연구소 기숙사요.” 인준 선배가 여상히 대답했다. 그대로 누운 채 눈알만 굴렸다. 과연 구조가 익숙했다. 이마에 올렸던 것은 선배가 후딱...

재민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재민을 구속하고 있던 벨트가 저절로 풀렸다. 그가 자유로운 손으로 혈관에 주렁주렁 꽂힌 진정제를 뽑아냈다. 이내 재민이 그것들을 귀찮다는 듯 치워버리고 일어났다. 최근에 연구원들이 제 격리실에 한 번 다녀갔으니, 이제 연구원들은 한동안 제 격리실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CCTV도 확인하지 않겠지....

주삿바늘이 들어갔다 나온 팔 쪽 소매를 후다닥 잡아 내렸다. 어색해 보였으려나? 입꼬리를 애써 들어 올렸다. 뒤에서 인준 선배가 등을 툭 쳤다. 알았어, 이게 더 어색하구나. 힘이 들어간 얼굴 근육에서 다시 힘을 뺐다. “어, 어… 놓고 온 게 있어서요?” “그랬나?” “아, 박사님. 오늘 저랑 같이 저녁 드시기로 했잖아요.” 급히 텐션을 끌어올렸다. 가방...

#59 선배가 나를 부축하고 휴게실로 뛰었다. 다행히 제노는 피를 흘리는 나를 보고도 잘 참아주었다. 숨을 거칠게 들이쉬고 몸 피부 군데군데가 종종 검은색으로 변했지만… 결론적으로 범고래로 변하진 않았다. 돌연 난폭하게 주먹을 휘두르거나 남을 물지도 않았다. 초식 수인 동까지 찾아왔을 때를 돌이켜보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어으….” “정말 병동 가야 하는 ...

#56 차트를 넘겼다. 이번엔 정말 재민이네 격리실에 가봐야 할 차례다. 수석이 냅다 나한테 맡겨버린 것은 둘째 치고… 인준 선배와 지성이한테도 일단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해놓아서 한동안 재민이는 방치 수준으로 홀로 격리실에 있었다. 다른 연구원들이 아예 안 들어간 건 아닌데, 머무는 시간이 십분 이하에 그쳤다. 상태 확인이 시급했다. 그나마 제노랑 동혁이...

사실 나 빼고 다 수인인 건가? 이거 트루먼쇼인가? 이 세상에서 유일한 인간인 나를 속이는 예능인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게임아, 왜 나한테 왜 이런 시련을 주니. 머리를 고정해 놓고 눈만 굴려 뒤를 건너다보았다. 인준이 차마 지성을 잡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실수로 건드려 내가 이마에 마취총을 정통으로 맞을까 봐 손을 못 대는 것 같았다. 차...

수인물 나페스

마크랑 여우를 번갈아 보며 눈알을 휙휙 굴렸다. 인준 선배는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안 보이고, 격리실 문이 열려 누군가 나갔다면 분명 짧게 경고음이 울렸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밀폐된 공간에 갑자기 사라진 인준과 그 자리에 나타난 여우. 모든 증거가 여우의 정체를 말해주고 있었다. 마크랑 여우 사이에서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수인물

주의 깊게 나나를 살피면서 한 발자국 물러났다. 나나는 그대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나를 기다렸다. 팽팽한 대치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겁을 먹어선 안 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 애들을 책임지려고 마음 먹었다. 피하지 말고 마주해야만 했다. “재민아. 선생님 보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오랜 침묵 끝에 재민을 입에 담았다. 그 애의 유리 같던 얼굴이 녹는 ...

인준아 힘내

왓이프: 여주만 수인이라면? 리퀘로 받은 외전이라 무료로 올립니다. 읽지 않으셔도 본편 감상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0# 식육목 수인 동 이민형이랑 이동혁, 황인준 연구원, 해양생물 수인 동 이제노 연구원, 파충류 수인 동 나재민 연구원. 일하는 곳도 다르고, 접점도 없어보일 것 같은 이 넷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동혁 돈 얼마나 모았는데.” “얘 게임...

수인

#43 동혁이는 몸을 더 치료하고 다시 격리실로 보내졌다. 한동안은 연구원과 대면할 때 입마개를 씌우게 할 거라고 했다. 아성체지만 각인을 시도한 전적이 있는 수인이니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그렇지만 수인의 심리상태 때문에 오랫동안 채워둘 수는 없다. 아마 위험을 감안하고 입마개를 풀든, 아니면 최대한 빨리 입양자를 찾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동혁이는 맹...

엔시티 나페스

#39 “저 퇴사할 겁니다. 사표 수리해주세요.” “다시 한번만 더 생각해 봐. 돈이 적어서 그래? 다음 연봉협상이 언제였나? 원한다면 직….” “아 됐고요, 사표 수리 해달라니까요?” 나랑 수석이 옥신각신하며 설전을 펼쳤다. 실상 수석 혼자 하는 거였다. 수석이 제시하는 모든 것에 퇴짜놓고 오로지 퇴사만을 외쳤다. 수석은 장장 하루를 기절해 있다 정신 차...

엔시티 수인물 나페스

#35 제압팀이 신속하게 출동했다. 동혁이는 바로 격리되고 나는 업혀 갔다. 아니, 질질 끌려갔다. 지혈하기 전에 피부터 뽑혔다. 정말 동혁이랑 각인됐는지 파악하려고. 소식 듣고 도로 퇴근 반납하고 뛰어와서 난리 친 인준 선배가 아니었으면 과다출혈로 황천길 떠날 뻔했다. 목에는 또 소독을 지겹게 했다. 동혁이가 더러워서 그런 게 아니었다. 애초에 격리실에서...